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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평 소개] 미정 (변병준, 카나 출판사)
관리자  2008-08-06 16:27:17, 조회 : 3,671, 추천 : 823



오렌지 에이전시에서 수출한 작품들의 현지 언론평을 정리합니다. 모아둔 글을 정리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최신평인 것은 아닙니다.

2006년 9월 22일 출간

**** Supplément Week-End (2006년 10월) ****

북한의 핵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는 뛰어난 만화 한 편이 프랑스로 날아왔다. 유화, 잉크를 비롯한 놀랄 만큼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는 뛰어난 한국 작가의 단편만화 모음집이다. 일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출판된 것을 비롯해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작가, 변병준의 작품이다.

작가의 화려한 명성으로 예측되는 바와는 달리 정작 작품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 사랑, 단절을 이야기하는 우수에 젖은 짧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포르노 배우가 된 젊은 여자, 치명적인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어린 고등학생들,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리는 만화작가, 사랑에 빠진 고양이... 모두, 인간미를 잃어버린 거대한 도시의 창백한 불빛 아래에서 사회가 정한 평범함의 범주에서 벗어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운명 속에서, 과연 이들은 자신들만의 해피 엔딩을 찾을 수 있을까?  

2003년 앙굴렘 만화 축제에서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뛰어난 재능을 발견한 나로서는 이번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매우 반가웠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들은 일상에 그 바탕을 두고 있지만 때로는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마치 우리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 또는 내가 아는 사람이 겪은 듯한 이야기, 바로 이것이 이 작품 속에 한데 모인 짧은 이야기들의 매력일 것이다. 작품 속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다 보면 독특한 작가의 그림 스타일도 어느새 익숙해져 버리게 된다. 그 어떤 기법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놀랍도록 뛰어난 재능을 가진 변병준이라는 작가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 다스크리치 (2006년 10월 3일, Sbuoro) ****
'미정'은 총 7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단편집에 첫 번째로 실린 작품의 이름이다. 올 컬러 한편을 제외하면 나머지 6편의 이야기는 흑백으로, 각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철학, 시, 자서전, 블랙 유머, 관음증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주제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미 "달려라 봉구"에서 변병준의 스타일의 매력에 빠졌다. 아름다운 수채화와 도시의 모습 그리고 너무나도 독특했던 어지러운 짧은 선들... 그렇다 보니 "미정"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서점으로 달려갔다.

카나의  Made in 컬렉션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작가가 한국에서 혹은 일본 유학시절에 쓴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달려라 봉구"에서 봤던 작가의 모든 재능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이미 발표된 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 작품이 유럽에 출간되었다. 이번 단편집의 출간은 작가의 뛰어난 작업 솜씨를 알리고 놀랄만한 재능을 확인시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 시나리오 닷컴 (2006년 11월 9일, Juro) ****
사랑과 죽음. 정 반대되는 이 두 주제는 변병준의 작품 속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제이다. 감정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총 7개의 남녀간의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첫눈에는 다소 간략해 보일 수도 있으나 뛰어난 시나리오와 장면 장면 눈길을 잡아 끄는 그림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얼마 전부터 프랑스에서 소개되기 시작한 한국 만화 단행본들 중에서도 매우 시적이면서도 읽기 편한 글과 그림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과 사랑
삭막해 보이는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부서지기 쉬운 관계들을 새롭게 맺고 혹은 끊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달려라 봉구> 이후 변병준은 이제 한 기이한 젊은 여인이 세상을,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쫓아가도록 이끌고 있다. 미정은 '순수미'와 '정해지지 않음(不定)'을 의미하는 두 가지 특성의 조합에서 탄생한 인물이다. 정의되지 않은 순수한 미와 절대적인 존재를 향한 추구. 이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미정>은 보여줄 듯 하다 이내 문을 다시 닫아버리고는 다시 활짝 열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안겨준다. 복잡하고, 불안정하고, 상당히 기이하며, 남자 주인공들을 하얗게 질리게 만드는 조금은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자주인공들이 작품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처럼 '미스테리어스'하지만 귀엽고 상냥한 여자주인공들은 작품 속 일부 이야기들에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심오한 깊이로 가득 찬 향수에 젖은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며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부분 나쁘게 끝나고 마는 사랑 이야기들...
하지만 작가는 부분부분 유머를 삽입하거나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주제 이면에 울리는 사랑과 죽음에서 탈피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각 이야기들은 여백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 권에 끝나는 내용이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미정'은 한 권으로 압축되어 조금은 읽기 어려운 작품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의 인물들과 뛰어난 내레이션 덕택에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놓치면 후회할 걸작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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